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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 러셀 로버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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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심이 필요한 순간들

 

인생은 B(birth)와 D(dead) 사이의 C(choice) 란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다. 오늘 점심 메뉴로 무얼 먹을지부터 결혼을 할지 말지, 자녀는 가질지 말지 등 인생은 크고 작은 선택들로 이루어진 질문들이다. 가끔은 우리는 그런 많은 선택을 미루기도 하고 대행하기도 한다. 선택사항이 많다는 건 또 하나의 피로감이다.

 

우리 사회는 언제부터인가 결점 없는 완벽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강요하는 듯 하다. 누구나 처음 사는 인생인데 처음 맞이한 문제들의 정답을 알고 완벽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정답을 알고 있는 문제를 풀면 그 인생은 과연 재미가 있을까? 하지만 사회가 요구하는 수준의 답을 하지 않으면 우리는 실패한 인생이라고 치부해 버린다. 그래서 우리는 삶의 선배들이 닦아놓은 길을 따라가면서 정답이라고 믿고 있다. 인생의 공식을 찾고 대입해서 선배들의 삶의 과정과 나의 삶의 과정이 동일하면 정답이라 여긴다. 아직 인생은 진행 중인데, 답이 나온 것도 아닌데 공식을 따르는지만 보고 맞고 틀리고를 판단한다. 하지만 그들과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이 다르고 무엇보다 그들과 내가 다르기에 맞고 틀림을 판단할 수 없다. 그래서 인생은 답이 없는 문제들의 연속이다.

 

그러나 답이 없는 문제들은 측정을 거부한다. 당신에게는 효과가 있었던 방법이 나에게는 맞지 않을 수도 있다. 답이 없는 문제들은 다스려지지도, 길들지도 않으며 그때그때 저절로 생겨나고, 유기적이고, 복잡하다. 정해진 합리적 방법을 따라가면 한 발씩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답이 있는 문제들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수학과 과학은 데이터와 공식이 존재하고 정확한 답이 존재하지만 인생의 대부분의 문제들은 답이 없는 문제들의 연속이다. 가장 합리적인 선택을 할 것 같은 경제학자인 저자가 인생은 측정할 수 없는 문제들의 연속이라고 말하는 것은 신선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생각해보면 꽤나 우리는 답이 없는 문제를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분석하고자 노력한다. 본인의 선택이 합리적이었다는 확신이 필요한 듯하다.

하지만 답이 없는 문제를 합리적으로 분석하는 것은 어쩌면 처음부터 불가능하다. 아직 경험하지 못한 일에 대해 참고할 수 있는 데이터는 이미 겪었던 사람들의 증언과 본인이 바라보는 측면 밖에 없다. 하지만 남의 경험이 나에게 전달될 때 그 사람의 감정이 들어가지 않으라는 법이 있을까? 내가 바라보는 측면은 겪어보지 못한 현실에 대한 상상의 리스트만 존재하게 된다. 인생의 데이터는 처음부터 객관적이지 않다. 아니 처음부터 객관적인 데이터보다는 나에게 맞는 주관적인 데이터가 필요했다.

 

책에서는 답이 없는 다양한 문제들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대표적인 답이 없는 문제는 결혼을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자녀를 가져야 할지 말아야 할지 란다. 1인가구 증가와 출산율 저하는 오늘날 대한민국의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오래되고 멀리 퍼져 있는 문제인 듯하다. 영국의 과학자 다윈도 이 문제에서 자유로울 순 없었나 보다. 그도 결혼을 선택하기 전에 장단점 리스트를 작성했다고 한다. 하지만 결국 그는 일단 경험하기로 결정하고 그 결과를 기록했다고 한다. 그 밖에 다른 많은 답이 없는 문제들에 대해 책에서 말한다. 주거, 직장, 종교, 우정, 이혼, 그 밖의 정신 나간 선택들 등. 그리고 그런 문제들에 있어 선택을 도와줄 수 있는 여러 가지 조언을 해준다. 윤리적인 선택을 하고 본인이 성장할 수 있는 선택을 해야 한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러한 원칙을 가지면 우리가 답이 없는 문제들을 맞이했을 때 선택을 위한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덜 수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우리는 불안하다. 불안하니 결정을 미룬다.

 

저자가 말하는 최악의 선택은 선택을 하지 않는 것이라고 한다. 삶의 다양성이 증가하고 선택권이 많아진 오늘날 사람들은 오히려 선택을 포기하고 미룬다. 내가 한 결정에 대한 알 수 없는 결과와 사회의 시선이 불안하다. 하지만 선택을 하지 않으면 어떠한 결과도 일어나지 않는다. 그게 인생의 목적일 순 없을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삶과 조언은 그저 참고만 하고 선택하면 된다. 완벽한 선택을 하기 위해 완벽한 정보와 확신을 가질 때까지 선택을 미룬 바보들은 결국 인생이 다 지나가 버린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완벽한 계획을 가지고 시작한 일도 결국 많은 변수로 인해 계획과 다르게 틀어지게 될 것이다. 여행을 가기 위해 시간 단위로 세세하게 계획을 잡은 경험이 있는가? 그 여행이 정말로 즐거웠는가? 물론 즐거울 수도 있다. 하지만 계획할 땐 알 수 없었던 그곳에서 즐거움을 놓칠 수 있는 확률이 매우 크다. 본인이 좋아하는 여행 스타일이 가이드북에 전부 나오진 않는다.

 

책을 읽는 동안 나의 삶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된다. 나의 삶 또한 중요한 선택들의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때 이럴걸 저럴걸이라는 껄무새가 되기 전에 그 경험들을 잘 회고해서 앞으로의 선택에 도움이 되는 나만의 가이드북을 만드는 게 먼저일지 않을까 생각 든다. 인생의 많은 선택 들은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나는 나의 선택으로 그 질문에 답을 하면 된다. 그저 그 과정을 즐기면 되는 것이다. 답이 없는 질문의 대답들은 값을 매길 수 없다. 그래서 남들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

우리의 삶은 해결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경험하고 맛보고 음미해야 할 미스터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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