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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

도둑맞은 집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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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맞은 집중력

 

언젠가부터 인터넷의 뉴스를 제목만 읽게 되는 습관이 생겨버렸다. 자투리 시간에 뉴스를 접하다 보니 제목만 읽고 자세히 알고 싶은 내용만 선별해서 읽게 되는 것이 그 시작이었지만 나중에는 흥미가 생긴 글도 우선 스크롤을 확인하고 길다 싶으면 피하게 되었다. 인터넷에 3줄 요약, 간추린 뉴스 등의 콘텐츠가 많이 존재하는 것을 보면 이건 비단 나만 겪는 문제는 아닌 거 같다. 요즘은 영상도 1분이 넘어가면 안 되는 시대에 영상 콘텐츠 사이에 갑자기 광고가 뜨면 참지 못하고 skip을 찾게 된다.

 

우리는 왜 이리 집중력이 떨어진걸까? ‘도둑맞은 집중력’의 작가 요한 하리는 이 문제를 수년에 걸쳐 고민하고 여러 전문가를 만나면서 우리의 집중력은 의도적으로 도둑맞았다고 결론 내렸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도둑맞았다는 사실조차 인지 하지 못하고 있다. 왜? 집중력을 빼앗은 범인은 우리의 삶의 질을 끌어올렸다고 평가받는 실리콘 밸리의 여러 IT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미 그들의 서비스들은 우리 삶의 많은 부분에 스며 들어 있고 편리함과 풍부한 삶의 질을 제공한다. 하지만 그들이 아무런 대가도 없이 서비스를 제공하지는 않았다. 나는 무료로 서비스를 사용하는데?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그들은 돈 대신 우리의 많은 정보를 빼앗아 간다. 나의 관심사, 라이프 스타일, 생각… 그리고 그 정보를 바탕으로 온라인에 우리의 정체성을 가진 복제를 만든다. 그 클론의 목적은 지속적으로 우리가 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시뮬레이션하는 테스터가 된다. 온라인에서 내가 머무는 시간이 그들에겐 돈이다. 그래서 알고리즘은 순수하게 우리가 서비스에 오랫동안 머물도록 작동한다. 다만 인간의 본능이 해를 찾는 해바라기처럼 자극적인 내용에 향한 뻗어나간다. 알고리즘은 그저 친절하게 우리의 선호에 응답하듯 계속 자극에 노출시키고 우리의 뇌는 도파민의 작용에 의해서 점점 더 심한 자극을 찾게 된다. 그렇게 끊임없는 악순환에 의해 우리는 세상의 부정적인 모습과 충격적인 사건에서 헤어 나올 수 없다.

이러한 자극은 결국 우리를 끊임없는 분노 상태로 만들게 된다. 작가가 가장 우려하는 점이 이러한 집단 분노 상태이다. 우리는 기후 문제, 전쟁과 기아와 같은 거대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다. 이는 한 개인, 조직, 국가 만으로 해결할 수 없고 전 인류의 연대와 장기간의 노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분노 상태에 빠진 우리가 발휘할 수 있는 연대와 장기간의 노력은 너무나도 쉽게 산산조각 난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작가는 이에 대해 여러가지 해결책을 제시한다. 수면시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하고 업무에 지친 뇌를 쉬어주기 위해 명상이나 단축 근무, 딴생각을 통해 생각이 정리되는 시간을 주어야 한다. 그리고 어려서부터 정크 푸드의 섭취를 줄여야 하고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우리는 글로벌 기업들의 알고리즘에서 벗어나야 우리의 집중력을 지킬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러한 해결책은 언뜻 보면 집중력 하락의 원인이 개인의 의지나 노력의 부족으로 생겼다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작가는 좀 더 나아가 글로벌 기업들의 서비스를 제한하는 제도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집중력문제를 비만 이나 환경 문제와 같이 개인의 차원을 넘어 사회적 이슈로 바라보는 것이다. 우리가 초기 자본주의에서 기업들의 이익을 위해 외면당했던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했듯이 감시 자본주의에서 우리의 집중력을 지켜야 한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넘쳐나는 정보속에서 올바른 선택을 위해서는 나에게 필요한 정보를 선별하는 능력이 오늘날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과도한 정보가 오히려 사고하는 능력을 빼앗아 버린 것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바쁜 현대 사회에서 일을 효율적으로 처리하기 위해 하는 멀티태스킹이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아이러니 속에 오히려 멈추고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이 더 필요한 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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